누구나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면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일 것이다.
우리동리는 섬감 맑은 강가가 위치한 면소재에 위치해 있었다. 봄이면
농사를 짓기 위해 삼십여리 남짓되는 보에서 부터 맑은 물이 내려올때면
누님들은 빨래 광주리를 이고 빨래터로 갈때면 졸졸 따라다니며 물장난치고
붕어잡는다고 빨래터 상류에서 얼개미 체를 가지고 흙탕물을 일으키면
누님이 빨래터 하류에서 붕어 잡으라고 쫒아오며 역정내는 재미에
더욱 거세게 흙탕물을 일으켜 누님들을 골려주고 쫒아오면 도망다니고
하던 시절이 바로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도 나는 초등시절 귀한 남동생이고 보면 누님들에게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개굿하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개구장이 시절 우리 초등학교 친구들은 유독 개굿 스러웠던 것 같다.
그 중 우리반 친구녀석중에는 초등학교로 부터 십여리 떨어진 곳에서
다니던 동창 용병이가 있었다. 학교까지의 통학거리가 멀어 학교 등교하는
길과 방과후 귀가길은 그야말로 우리들만의 작은 세계가 늘 펼쳐지는
그러한 시간이었다.
학교까지 통학거리가 수백미터밖에 되지 않는 나는 방과후면
일찌감치 가방을 집 툇마루에 집어 던지고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용병이 귀가길에 함께하여 십여리 떨어진 용병이네 집에 놀러 다니곤
하였는데 용병이네 집으로 놀러 갈때면 섬강의 평야지역을 가로지르는
신작로 길을 따라가지 않고 섬강 제방을 따라 가며 참개구리 잡아
몸통을 잘라내고 다리만 껍질을 벗겨 꼼지에 끼우고, 용병이네 집에가
개구리 뒷다리 구어먹고, 때론 뱀도잡아 껍질을 벗겨 구워먹으며
해가 뉘엿뉘엿 질때야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이렇게 초등시절 같은반 급우로서 내 어린시절 한 켠을 차지하였던
용병이가 그제(8월 1일) 우리와 함께할 수 없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영면(永眠)의 길로 우리 곁을 떠나 갔다.
동창들 모두가 애도하는 마음으로 어제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우리 곁을
떠난 용병이 조문을 다녀왔다.
웬지 가슴속 한구석이 허전한 가운데 어제는 슬퍼서 한잔 하고 싶은
그러한 하루였고, 하나님께서 거두시기에는 너무 이른 슬픔에 국화꽃 향기속에
영면의 길로 떠난 용병이의 영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던 하루이다.
이제 아무 고통도 없는 곳에서 영면하는 용병이는 우리가슴속에 남아 있을게다.
'기타 도리의 신변 > 도리의 창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가운 목소리로 다가온 어느날 일기 (0) | 2008.09.25 |
---|---|
가을입니다. (0) | 2008.09.02 |
친 절 (0) | 2008.07.09 |
곶감 빼먹기 (0) | 2008.07.07 |
무자년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0) | 2008.06.30 |